크리스티나는 뒤늦게 버크선생을 찾아간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2 가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다. 매주 일요일 밤 침대 옆에서 TV 소리 죽여가며 혼자 즐겼던 나만의 드라마가 두번째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느낌.
지난 주 에피소드는 폭발물 사건 이후 최고로 긴장했던 것 같다. 미국 최고의 심장이식 수술 전문의인 버크선생이 오른팔 어깨에 총상을 입었기 때문. 셰퍼드 선생이 수술을 맡게 되지만, 자신없어한다. 수술 과정에서 크리스티나에게 버크선생을 안정시켜달라고 도움을 청하는데 크리스티나의 반응이 영 신통치가 않다.
겁먹은 크리스티나
이 장면에서 솔직히 크리스티나가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샌드라 오가 대본을 잘못 이해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쌩뚱맞은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수술 중에 마취에서 풀려 (일부러 깨운 거지만) 마구 발작하는 버크선생을 꽉 붙들어주기는 커녕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방관하고 있는 거다. 겁난 표정은 아니었다. 슬픈 표정도 아니었고. 뭔가 혼란스러운 듯한 태도?
뭐가 혼란스럽다는 건지, 사랑하는 사람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고, 자신은 유능한 외과 인턴이다. 평범한 일반인도 아니고, 버크선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애인이라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지.
책임감을 가져야지. 크리스티나, 책임감을.
크리스티나는 사랑에 당연히 뒤따르는 책임감을 이제껏 외면하려고 노력해왔다. 처음보는 친구들을 자기 집에 무작정 살게하고, 길에서 데려온 지저분하고 성격 나쁜 개도 이유없이 좋아하는 메러디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버크선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같이 살자고 애원을 할 때조차도, 심드렁하게 '집 내놨어요' 라고 대답할 정도였으니.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가족의 일원이 되고, 그 일원의 인생 일정 부분에 책임을 져야 하는 무게에 대해 크리스티나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버크선생의 의사 인생이 중단될 것이냐 말것이냐 하는 중대한 순간에 보호자로, 애인으로, 가족으로 옆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크리스티나에게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었던거다.
혼란스러워하는 크리스티나를 보며 모두 당황한 상태
그러고 보니, 크리스티나가 수술대 옆에 바짝 다가서지 않았던 게 생각난다. 수술대 앞에 바리케이드라도 있는 것 마냥, 그 선을 넘어서면 버크선생과 평생 엮여야 할 것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었다.
이번 에피소드의 원 제목이 뭘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Deterioration of the Fight or Flight Response. Fight or Flight Response 라는 건 투쟁 도주 반응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네이버 영어사전)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하여 투쟁할 것인가 도주할 것인가 하는 본능적인 반응. 크리스티나에게 닥친 엄청난 사건에 크리스티나는 투쟁할까, 아니면 도망쳐 버릴까.
이 수술이 100% 깔끔하게 성공하지는 못할 것 같다. 셰퍼드 선생이 처음부터 자신없다고 하면서 들어갔으니, 심적으로도 위축되어 있었고, 제 실력 발휘한다고 해도 어려운 수술일 거다. 그렇다면, 버크선생은 어떤 식으로든지 의사 인생에 변화가 생길 것이고, 크리스티나도 원하던 원하지 않던 버크 선생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겠지. 다음 에피소드가 기대된다. 다음 시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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